서울의 스펙트럼은 무지개보다 화려하고 다양하다. 그 빛나는 스펙트럼을 공간으로 포착하면 다양한 체험이 되고, 시간으로 포착하면 화려한 영상이 된다. 그것이 체험이든 영상이든 그 감동을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지친 일상 속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서울 이색 체험 공간’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담은 ‘서울 타임랩스 추천 영상’을 소개한다.
-타임랩스 : 일정하게 정해진 간격으로 움직임을 촬영한 후 정상 속도로 영사하는 것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색을 만들어 보자. 문구 브랜드 모나미(Monami)가 운영하는 모나미 스토리연구소에는 직접 잉크를 고르고 색을 조합해 만년필을 만들 수 있는 ‘잉크랩(ink Lab)’이 있다. ‘랩(Lab)’이라는 이름 그대로 실험실 같은 분위기다. 색색의 비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다양한 잉크를 발색해 보는 것으로 잉크랩 체험은 시작된다. 여러 가지 조색을 통해 원하는 잉크색을 찾았다면 잉크에 이름을 붙여 완성.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 단 하나밖에 없는 잉크는 다음번에도 모나미 스토리연구소를 통해 재주문할 수 있도록 개별 저장된다. 체험과 별도로, 평소 문구류에 욕심이 많다면 모나미 스토리연구소는 꼭 들러 봐야 할 성지 중 하나다. 모나미의 상징적인 볼펜 ‘153’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고급 라인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답답한 쇼핑은 잊어도 좋다. AK&홍대 건물의 17층에 위치한 무신사 테라스는 쇼핑몰과 루프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온라인 패션 브랜드 ‘무신사(Musinsa)’의 오프라인 숍인 무신사 테라스는 총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쇼핑 공간 ‘숍’, 아티스트 전시 및 이벤트가 열리는 ‘라운지’,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키친’ 그리고 야외 테라스인 ‘파크’다. 무신사 테라스 숍의 특징이라면 무겁게 쇼핑백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 직접 제품을 착용해보고, 상품에 달린 QR코드를 이용하여 앱(APP)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의류와 액세서리는 기본,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상품뿐 아니라 독립 출판물, LP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미 먹어 본 자들의 후기가 후한 ‘테라스 키친’의 말차슈페너(말차+아인슈페너) 한 잔도 놓치지 말자. 유리창 밖 ‘테라스 파크’의 전망은 직접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뷰튜버(뷰티+유튜버)가 쓰던 바로 그 제품이 궁금하다면? 삼성역과 선릉역 사이, 포스코사거리로 향해 볼 것. 뷰티 유튜버 엔터테인먼트 ‘레페리(Leferi)’가 운영하는 뷰티 복합 공간 ‘레코드’에서는 레페리 소속의 크리에이터들이 추천하는 브랜드 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다(현장 판매는 현재 준비 중). 레코드가 다른 뷰티 숍과 다른 점이라면 겉뿐만 아니라 속의 아름다움까지도 챙긴다는 점. 뷰티숍 옆에 자리한 ‘레코드 카페’는 이너뷰티를 테마로 건강한 음료들을 위주로 판매한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유명 뷰튜버 유나(UNA)가 레시피 제작에 참여한 ‘유나 뷰스터 프리미엄 요거트’. 카무카무, 아로니아 등 유기농 재료가 듬뿍 들어가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라고. 높은 천장과 통 창문으로 들어오는 채광 덕에 레코드 내부 분위기는 늘 밝음을 유지한다.
헤라, 설화수, 라네즈, 아이오페, 이니스프리 등 K-beauty를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30여 브랜드의 3,000여 제품을 한곳에 모았다. 아모레 성수는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뷰티 라운지로, ‘뷰티 라이브러리’라고 불린다. 입장하기 전 가장 먼저 거치는 곳은 ‘클렌징 룸’. 개운하게 클렌징을 마친 후 질감별, 기능별 등으로 구분된 화장품 라인을 취향과 목적에 맞게 선택해 사용해 볼 수 있다. 단, 제품 판매는 하지 않는다. 아모레 성수는 어디까지나 ‘체험’ 위주로 운영되며, 방문자의 피부와 톤에 맞는 제품을 탐색하고 경험하는 데 초점을 뒀다. 과거 성수동의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해 만든 아모레 성수는 콘크리트 벽의 질감을 그대로 살렸지만 초록식물과 채광 등으로 공간에 온기를 충분히 더했다. 2층에는 야외 테라스가 딸린 ‘오설록’이 있다.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오프라인 쇼룸이 성수동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소비자와 생산자가 온라인에서만 소통해 왔다면, 공간 와디즈를 통해 최초의 오프라인 소통 창구가 열린 셈이다. 과거 제지 공장과 콜센터가 위치했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콘크리트, 벽돌, 모래 등을 활용해 오래된 건물의 깊이 있는 매력을 한층 살려냈다. 내부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루프톱까지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SQUARE)은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지상 1층(SPACE)은 현재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 중인 제품을 전시한다. 실제로 고객들이 상품을 경험해보고 현장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펀딩에 참여할 수도 있다. 2층(PLACE)은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제품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메이커 스토어와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3층 루프톱은 성수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는 흰 공과 민트색 공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 있다. 과거 제지 공장 당시 경비실이었던 공간을 재구성한 것이다. 공간 와디즈에는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단풍으로 물든 고궁과 서울 성곽길. 남산 아래로 흐르는 한강, 그리고 밤을 밝히는 서울의 일상이 전부 담겨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의 궤적이 마치 쏟아지는 별똥별 같다. “외국 친구들에게 이 영상을 보내줘야겠네요.”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영상이다. 촬영 기간만 무려 1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타임랩스 영상은 시간뿐 아니라 각종 변수를 제어하는 고단한 작업이라 인내심이 필수다. 북한산, 관악산 등 서울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에서 주로 촬영했다. “서울은 평일이 더 아름답습니다.” 작가는 그 이유로 수많은 건물 속에서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회사원들의 모습을 꼽았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서울의 밤을 밝히는 것이다. 여행자를 위한 팁 하나. 서울에 동풍이 불 때는 북한산과 관악산을 오르기를 추천한다. 서풍이 불 때는 미세먼지 때문에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잦지만, 동풍이 불 때는 선명하게 서울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없는 서울의 거리는 어떨까. 이 영상에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텅 빈 서울의 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2분 20초에 달하는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서울의 시간만 묵묵하게 흐를 뿐이다. 매일 붐비는 지하철, ‘만약 서울에 아무도 없으면 어떨까?’라고 막연하게 상상했던 일을 현실로 구현한 것이다. 프레임마다 사람을 모두 마스킹 해 지워낸 장인 정신에 감탄하며 서울의 쾌적함과 깔끔함을 느껴보자.
하이퍼랩스는 카메라를 이동하며 사진을 촬영한 뒤, 빠르게 재생시켜 영상처럼 만드는 기법이다. 시점이 고정적인 타임랩스와는 달리 압축된 시간이 움직이기까지 하니 황홀한 역동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화려한 편집까지 더해지니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영상에는 광화문, 경복궁, 동대문, 상암동, 남산타워, 잠실타워, 세빛섬 등 서울의 대표 관광지가 모두 등장한다. 특히 영상 초반에 나오는 경복궁 중화문 장면에서는 금방 화면 밖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 강렬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광화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장면도 등장한다. 8K에 달하는 선명한 화질이 역동감을 한층 더 살려준다.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빠르게 흐르는 서울의 하루를 놀이기구에 올라 직접 경험한 느낌이다.
정치와 경제 중심지, 서울 영등포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타임랩스와 하이퍼랩스로 담았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시작으로 당산, 국회의사당, 서강대교, 63빌딩, 타임스퀘어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같은 시리즈로는 동작 in 서울, 종로 in 서울이 있다. 총 3분 남짓한 영상에서 영등포구의 낮과 밤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쏟아지듯 흐르는 차의 궤적, 물에 비쳐 흔들리는 야경, 아직 공사가 한창인 건물, 한강에 나와 여가를 즐기는 시민, 국회의사당을 비추는 포근한 달빛까지. 무엇보다 밤이 되면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영등포구의 시간을 비비드한 색감으로 표현해 낮보다 더 화려한 밤의 생기를 가득 담았다.
서울만의 독특한 매력을 하나 꼽자면, 산과 도시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인왕산, 구룡산, 계양산에서 바라본 버라이어티한 서울의 야경을 영상에 모두 담았다. 드론으로 내려다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해가 구름에 가려지며 생기는 그늘이 산등성이를 타고 흐를 때면, 마치 파도가 치는 듯하다. 남산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도심을 산세가 둘러싼 서울의 지형적인 특성이 프레임에 가득 찬다. 그렇게 한참 영상 속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도시도 결국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지형적으로 서울의 매력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