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처에는 그때도 지금도
이 도시의 처음인 것들이
남아 있다.
글. 양슬아 사진.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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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
전화 02-762-9515
운영 시간 09:00~20:45
홈페이지 cgg.cha.go.kr
서울의 4대 궁 중 하나인 창경궁 에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 있다. 1909년 처음 완공할 당시에는 ‘동양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좀 더 넓었다. 식물원에 이어 동물원, 박물관 등이 차례로 들어서더니 1911년 일제는 창경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광복 후에도 오랫동안 유원지로 존재했으며 한때는 어린 학생들의 즐거운 소풍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다 1983년 철거가 결정되고 순수한 고궁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지날수록 대온실의 건축적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철골과 유리를 주로 사용한 온실 자체가 건축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건축적 중요성을 고려해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고즈넉한 궁 안에 자리한 이국적인 근대 건축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더욱이 식물을 좋아하는 이에게 대온실은 사계절 내내 야생화와 한국 토종 식물을 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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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15-14
전화 02-721-0707
운영 시간 인문사회과학실 평일 09:00~20:00, 토・일요일 오전 09:00~17:00
홈페이지 jnlib.sen.go.kr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도서관. 정확히 말하면 서울 최초의 사립 도서관이다. 처음 건축한 당시의 터는 가회동, 일제강점기에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1920년 11월 정식 개관했다. 이듬해 종로2가에 신식 석조 건물을 세우면서 한국 최초의 근대 도서관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옛 석조 건물이 44년 만에 도시계획으로 철거되었던 것. 이후 1968년 사직공원과 맞닿아 있는 지금의 건물을 새로 지어 비로소 종로도서관이 되었다.
사직공원을 끼고 조금만 걷다 보면 서울특별시교육청 종로도서관이 나온다. 경사진 언덕 위 3층짜리 건물은 오래돼 보이지만 웬만해서는 이곳이 서울 최초의 사립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실 외관보다는 내부가 더 구식이다. 지나치게 세련되고 편리한 요즘 것보다는 불편해도 오랜 세월이 녹아 정감 있는 옛것이 몸에 더 깊이 각인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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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전화 02-2271-2344
운영 시간 09:00~19:00, 일요일・공휴일 휴무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이 결합한 주상 복합 아파트의 원형이 바로 1968년에 완공한 세운상가 다. 종로 한복판에 들어선 이 상징적인 건물은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인다’는 뜻의 이름처럼 1970년대 초・중반 크게 번성해 전자 산업의 메카가 되었다. 하지만 강남 개발, 주변의 고층 아파트와 용산전자상가 건설 등의 이유로 세운상가는 차츰 쇠락해가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세상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꼴이 되고 말았다.
얼마 전부터 을지로와 청계천 등 서울의 구도심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의 ‘핫 플레이스’가 요즘 핫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조금씩 부활을 꿈꾸는 듯하다. 스타트업과 디자이너들의 작업실, 전시장, 레코드 숍 등 각기 성격이 다른 공간이 속속 생겨나며 잃어버린 개성을 되찾고 있다. 세운상가는 2016년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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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27가길 12
전화 02-795-5701
운영 시간 일-목 18:00~24:00 / 금-토 18:00-01:00 (브레이크타임 21:30-21:55)
홈페이지 allthatjazz.kr
1976년 이태원에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 올댓재즈 가 문을 열었다. 서울 사람들이 재즈를 듣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60년대부터다. 미 군악대는 물론 색소포니스트 정성조와 드러머 류복성 등 웬만한 1세대 재즈 음악가는 모두 올댓재즈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즈 애호가라면 누구나 연중 언제든 이곳에 들러 술 한잔 홀짝이며 다채로운 재즈 선율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올댓재즈는 2011년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쪽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더 커진 규모와 나아진 환경에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재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찾아온다. 한 공연 기획자는 올댓재즈를 미국 뉴욕의 유서 깊은 재즈 클럽 ‘블루노트’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하며 거의 매일 만석인 점을 고려하면 그 말도 과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