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골목과 빌딩, 산과 강, 궁궐과 성곽을 한 도시 안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같은 도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든 것이 공존하는 서울에서도 특히 종로는 언제든 과거로 타임슬립이 가능할 것만 같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까지 이어진 성곽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낙산공원 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평지의 넓은 공원이 아닌, 성곽을 따라 오르막길로 이어진 공원이다.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가에 따라 도심 속 숲길을 걸을 수도 있고, 외부 성곽 벽면을 보고 걸을 수도 있다. 혜화역에서 출발할 경우 가장 빨리 낙산공원에 도달할 수 있고, 동대문역 2번 출구, 동묘앞역 10번 출구에서 종로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낙산공원에 내리면 많이 걷지 않고 공원에 갈 수 있다.
낙산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 질 무렵 천천히 성곽을 따라 공원으로 올라가다 보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도시는 점점 뒤로 물러나고 마치 조선 시대로 한발 다가가는 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성곽의 축성 시기, 개발 과정 등을 잘 설명해 놓아 500년간 한양을 지킨 성곽의 역사와 함께 걷는 듯한 작은 재미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등 뒤로 도시의 불빛은 점점 멀어지지만 어두워진 공원에 과하지 않은 조명이 발아래를 비추며 길을 인도한다.
마침내 낙산공원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불어온 봄바람 내음이 코끝을 감싼다. 낙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은 평소 옆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조선 시대의 한양에 앉아 반짝이는 미래의 서울을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낙산공원에서 눈부신 야경과 함께 서울 봄밤 데이트를 즐겨보자.